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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본 그림책. 에리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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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실은혼자인걸. (39)
깔깔깔깔
검은 밤, 내미는 손. 그 속에서 나는 분명 있었다. 설득하지 못하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 원하는 게 건실한 그 무엇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거냐. 아니 어쩌면 무언가를 원한다는 그 전제에서부터가 나의 편협함일까. 더이상 언어에서 오는 위안은 없다. 장갑. 목장갑. 그래, 나는 열심히 일했었지. 그래서 나의 마스크를 기억해낼 힘을 얻은 건가. 마스크를 다급히 찾는 나의 의식적 태도는 지양점일지 지향점일지 수건을 원했지만 인터셉트당한 것은 지양점일지 지향점일지
드라마를 본다.항공사 오너와 그 자손들의 갑질 문제로 세상이 모두 불쾌한데, 굳이 항공사 오너의 자손이 남주로 설정된 것에의 불편함을 넘어서서. 남주의 멋있음과 남주의 일관된 성향을 만들어내기 위해여주의 인격은 거의 조각조각 상태를 유지한다.하나의 캐릭터라기보다는 그냥 미쟝센 같은 장치에 지나지 않는 것이매우 불쾌하다.입체적인 캐릭터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남주를 드러내기 위해 그때그때 형성되는 다중이같은 인격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현실에서도 실은 남성의 남성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수많은 여성들이 그때그때의 인격을 형성하고혹은 남성의 아니마 투사를 온몸으로 받아내어 그때그때 형성되는 조각난 인격에여성 스스로도 매우 곤혹스러워한다는 것.그러니 현실의 여성들이 히스테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라..
달린다. 달려간다.달리는 게 무척이나 당신에겐 어울린다. 하지만 지금은 멈춰있다.이제껏 너무 가열차게 달려서좀 쉬라는 말인것 같다. 하지만 쉬는 것도 쉽지는 않다.원해서가 아니니 더 그렇다.제대로 쉬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더 그렇다. 근데 뭐제대로인듯 아닌듯 그렇게 굴러가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래,달리지 않을 땐,멈춰설 줄도 모르겠을 땐,굴러가는 거지 뭐.구르는 거야. 구르다 보면 이제껏 몰랐던 감각도 느껴질 거고이제껏 쓸데 없이 붙어있던 것들도 떨어져 나갈테고그러다 보면조금은 더 가벼워질테니까 말이야.조금은 더 가볍게, 투명하게 자기를 바라볼 수 있을테니 말이야.
결혼을 한다는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굳이자신의 행복의 조건으로 가져다 사용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 자기가 그만큼 바래왔던 결혼이라면그것을 이뤄냈다는 것만으로 그저 충분히 행복하지 않나.왜 굳이 타인의 상황을 가져다 자신의 행복의 근간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그간 내 주변에 있어왔던 사람들과는 너무 다르게자신의 행불행을 오로지 자신의 것으로만 대하지 못하는 사람, 무척 불편하다.어쩌겠는가.그저 맞받아쳐주는 수밖에. 남의 불행 끌어다 행복하다 말하면,너 그리 행복한 거 아니야. 라고 콕 찍어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그게 나를 지키는 일이고, 불편하지 않을 일이지.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은 어떤 때에는공격적인 자세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나만의 허세가 있다.인지하는 허세는 그래도 건강한 것이겠지.하지만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허세가 있다.아마도 오빠와의 유착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꿈이 있었다. 선희언니가 미국유학에 바람을 잡던 때, 한창 솔깃하여 이런저런 서류를 준비하던 때.그 때 꾸었던 꿈.이불 속 오빠가 나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려 하여 나는 깜짝 놀라 뛰쳐나왔고 그 방에 남겨진 오빠가 엄청 크고 긴 성기를 잡고 자위를 하는 걸 엄마가 문 밖에서 훔쳐보고 있다가문을 닫아주었던 꿈.그래서 대략 생각하게 되었지.내 학업에 대한 허세나 열망은 어쩌면,오빠와의 밀착이나 혹은 오빠에 억눌린 열등감에의 해소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엄마의 팔루스가 되고자 했던 그런 것. 어쨌든 그 꿈 이후로 학업과 관련한 것이 나의 근복적 욕망은..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참도 잘깨우치며 살아가고 있다고꽤나 자부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돌아보면어쩌면 공존의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자아가 함께 살아숨쉬는 환경보단누군가의 자아가 솟아오를 땐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그림자의 위치시키는 환경을고수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마찬가지로 나의 자아가 솟아오르면상대가 그림자가 되어주기를당연하게 기다려왔던 건 아닐까. 그럼 결국가부장제의 원초적 아버지 하나만을 섬기는 부족의 심리를분절시켜 놓은 것일 뿐무에가 다른 것이었을까. 가부장제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로움을 성취해내고 싶은 건 아니다.(그건 아마 불가능한 일일테니까)하지만,가부장제가 지닌 한계를 내 짧은 생 안에서조금이나마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일 뿐. 상대를 ..
잊고 있었다.그리고 자책하고 있었다.어쩌면 생에 깊숙하게 박힌 자기검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다시금,과거의 관점을 전복시키는 것이야말로앞으로 나아감. 성장의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근대적 사고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친밀해서 서로를 너무 좀먹고 있었던 게 아닐까.그가 가진 좋은 것을 내가 좀먹어 버린 것은 아닐까.후회와 자책으로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다시 마음이 움푹 파일 지경으로그렇게 고통스러워했다. 근데아니었다. 우리는,신뢰가 있었다.퇴화의 과정에 놓여 있는 걸 알아도그걸 반복하는 걸 보아도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건그 상태에만 머물고 싶지 않다는 서로의 강렬한 의지에 대한보이지 않는 신뢰.아니 어쩌면 너무도 뚜렷했던 신뢰. 그 상태로 계속 있을 거면 받아주지 않..
실은 하고 싶은 게 무척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너무 한가지에 매몰되는 건책임감 때문도 아니고죄책감과 과도한 자기검열 때문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간다. 조금은자유로워지는 것 같다.조금씩 나오는나의 뱃살처럼 말이다. 후후 하루의 사소한 일정조차해내야 하는 일들의 연속으로밖에는 인지못하던 육체가조금은 자연스럽게 그 일들과 그리고 여러 사물들과관계를 맺어가는 게 느껴진다.어느 순간 외면해버린 육체성과 물질성을다시금 돌아본다.외면했던 어머니의 그 어떠한 성질을 다시 생각한다.
듣고 싶은 게 생겼다 하지만 영어라 잘 안 들린다 그래서 또 들었다 그랬더니 아까보단 조금 들린다 신기했다 제임스 힐먼은 좀 멋지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있다.보이지 않는 것들에.나는 그러한 것들에 쉽게 매혹되곤 하는데실은 보이는 것들에 훨씬 더 심취할 수 있는 기능을 애써 외면하느라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질세계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강하게 느끼는,단순한 느낌의 문제가 아닌어떠한 기운이 있다.나를 물질로부터 분리시키는 힘.거기에 닿으면 큰일날 것 같이 나를 물질로부터 도려내는 에너지. 나의 육체를 포함해서모든 물질적인 것에서부터 도피하고 싶다.감당이 되지 않는다. 어릴적 새로운 물건이 집에 올 때,모든 가족들과 둘러앉아 하하호호 그것을 써보던 감각들이물질과 홀로 독대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더는 곁에서 하하호호 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을받아들이기가 두려워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