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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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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
사람들과 어우러져 사는 법을참도 잘깨우치며 살아가고 있다고꽤나 자부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돌아보면어쩌면 공존의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자아가 함께 살아숨쉬는 환경보단누군가의 자아가 솟아오를 땐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그림자의 위치시키는 환경을고수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마찬가지로 나의 자아가 솟아오르면상대가 그림자가 되어주기를당연하게 기다려왔던 건 아닐까. 그럼 결국가부장제의 원초적 아버지 하나만을 섬기는 부족의 심리를분절시켜 놓은 것일 뿐무에가 다른 것이었을까. 가부장제로부터의 완전한 자유로움을 성취해내고 싶은 건 아니다.(그건 아마 불가능한 일일테니까)하지만,가부장제가 지닌 한계를 내 짧은 생 안에서조금이나마 극복해보고 싶은 마음일 뿐. 상대를 ..
잊고 있었다.그리고 자책하고 있었다.어쩌면 생에 깊숙하게 박힌 자기검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다시금,과거의 관점을 전복시키는 것이야말로앞으로 나아감. 성장의 그것이라고 생각하는 근대적 사고의 결과물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친밀해서 서로를 너무 좀먹고 있었던 게 아닐까.그가 가진 좋은 것을 내가 좀먹어 버린 것은 아닐까.후회와 자책으로사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다시 마음이 움푹 파일 지경으로그렇게 고통스러워했다. 근데아니었다. 우리는,신뢰가 있었다.퇴화의 과정에 놓여 있는 걸 알아도그걸 반복하는 걸 보아도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던 건그 상태에만 머물고 싶지 않다는 서로의 강렬한 의지에 대한보이지 않는 신뢰.아니 어쩌면 너무도 뚜렷했던 신뢰. 그 상태로 계속 있을 거면 받아주지 않..
어떤 문장이든마침표를 찍으면마음이 편했다. 지금도 조금은 그러해. 근데 이젠 마침표를 굳이 찍지 않아도마음이 그리 불편하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원하지 않아도언젠가는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내생의 순간이 주어질텐데무에 굳이 그리 단단히 찍어 주도하려드는지. 이것도 내 안의 어떤 통제욕의 일면이기도 하겠지만이래도저래도다 괜찮지 않을까.그렇지 않을까
아임 아직 얼라이브. #브래드 #스태터스
얼마만에 고요한 시간인지. 언제나 일방통행인 아빠의 언어가 싫었다. 거기에 나는 응대할 수 없으니 언어에 주술적 의미나 부여하고 살아온 거겠지. 문득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게 처음부터 내가 알았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정말 끝이 날까 싶었던 일이 끝이 나자 하고 싶은 일이 떠올라 외로움이 밀려난다. 그래, 나는 이제까지 비겁하게 사느라 슬픈 척 해 온 거였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꾸준히 비겁하겠지만 그래도 쉬는 날이 조금 더 있다는 것에 좋을 뿐이다.
쓸모에 연연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 근본적으로 나는 쓸모없는 자. 라는 깊은 자각이 있음을 알아냈다. 들키고 싶지 않을 뿐, 그래 나는 쓸모없는 자다. 쓸모 없음의 기분을 상대로부터 확인하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니 쾌불쾌의 문제를 넘어서 자존을 갉아먹는 일이다. 결국 이를 사전에 막아내기 위해선 매순간 쓸모있는 자가 되거나 쓸모없는 스스로를 수용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가능할텐데. 전자는 불가능하니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그렇다고 쓸모에 연연하지 않을 필요도 없고 그저 쓸모없음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게 예술이라는 걸로 위안받아볼까 한다. 쓸모없음의 아름다움은 인간을 참 인간스럽게 하지. 하고 말이다.
나에게 세상은 한번도 열린 공간인 적이 없다. 세계란 모름지기 나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완벽한 곳. 그러하기에 나는 함부로 움직여 그 세계를 깨버려선 안된다. 세계에 균열은 적어도 나로 인해 생겨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 닫힌 세계, 나를 완벽히 차단한 채로 세계를 스스로 올곳이 존재하게 하는 이 껍질. 헤세가 데미안에서 얘기한 새의 알이 이것이겠구나 생각한다. 아프락사스는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그저 이 닫힌 세계 안에 웅크려 앉아 자유롭고 싶어. 라고 입으로만 읊조리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것이 비겁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이기고 싶다는 욕망 뒤엔 이김에 뒤따르는 보상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돈, 명예, 그리고 돈.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김의 즐거움보단이겨야 대학을 가고,이겨야 직장을 얻고,이겨야 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이기기를 바라는 것일 게다. 하지만 여기,이기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자, 엘리자베스 슬로운이 있다.이김에서 오는 순수한 즐거움.그것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힘.서로 이기기 위해 서로를 짓밟는 데 익숙한 이 사회의 폐단을 막는데는순수하게 이기기를 욕망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성립시킨다. 자기 스스로의 한계는 다른 무언가를 채움으로써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그 한계의 속성으로 넘어서는 것이라는 류의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자기애를 극복하는 방법은 진정한 자기애를 추구하는 것이..
어릴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청소를 열심해 했다.주로 그즈음에 하는 청소는 힘든 엄마를 돕기 위해 하는 행위들.그렇다고 완전한 자발적 행위도 아니다.엄마의 명령이 떨어졌고 그것을 내가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를 보여야만 엄마에게 위안이 되리라는 계산.주방 바닥 한쪽켠의 얼룩을 닦다가 잘 닦이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그 순간 문득 든 생각.아, 저 얼룩이 남아있으면 엄마는 내가 청소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그 생각과 동시에 나는 그 장소로 돌아가서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얼룩을 지웠다. 언젠가 에스엔에스에서 그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달 탐사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누군가 한동안 우주에서 실종상태였던 적이 있다고 했나.아무튼 기지에서 멀어져서 홀로 우주를 떠다니다 다시 운좋게도 돌아올 수 있었는데그 잠..
배가 고파 지치니 우선 빵을 하나 깐다.약간의 우유와 같이 먹어 허기를 달랜다.스파게티 면을 삶는다.꼬독꼬독한 건 싫으니 15분을 넘게 삶고 좋아하는 밋소스에 버무려 접시에 담아낸다.맛이 가려던 양송이를 살려냈다는 사실에 뿌듯함도 약간 느낀다.옷을 찾으러 용기를 낸 이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한다.어제 과일을 실어주고 간 후배에게 오늘은 뭐하나 전화를 한다. 논문 진행상황 점검에도 답이 없던 교수에게 다시 요청 문자를 넣고티비를 튼다.아니 엄밀히 말하면 핸드폰을 켠다.작은 화면에서 디어마이프렌즈 재방송을 해준다.김혜자가 울고 나문희가 따라울면 어쩔 수 없이 나도 울게 된다.갑작스레 울린 교수의 단체콜에 답을 하고 부랴부랴 논문을 수정하고땀을 뻘뻘 흘리며 피드백을 주워담고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