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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
본다는 것. 본문
어릴 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청소를 열심해 했다.
주로 그즈음에 하는 청소는 힘든 엄마를 돕기 위해 하는 행위들.
그렇다고 완전한 자발적 행위도 아니다.
엄마의 명령이 떨어졌고 그것을 내가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를 보여야만
엄마에게 위안이 되리라는 계산.
주방 바닥 한쪽켠의 얼룩을 닦다가 잘 닦이지 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 순간 문득 든 생각.
아, 저 얼룩이 남아있으면 엄마는 내가 청소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그 생각과 동시에 나는 그 장소로 돌아가서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얼룩을 지웠다.
언젠가 에스엔에스에서 그런 얘기를 본 적이 있다.
달 탐사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누군가 한동안 우주에서 실종상태였던 적이 있다고 했나.
아무튼 기지에서 멀어져서 홀로 우주를 떠다니다 다시 운좋게도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 잠깐의 시간동안 그는 달의 이면을 보았다고 한다.
그 때 그는 자신의 팀에서 떨어져 불안함 이전에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했나.
온 인류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달의 이면을 오로지 나 혼자만 보았다는 그 사실에 말이다.
시선.
시선은 권력이라고도 했다.
양자역학에선 보는 것에 따라 대상이 결정된다고도 했으니
사실 대단히 큰 권력일수밖에 없겠다.
어떠한 것을 보았을 때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보고 싶어하는 것.
그것도 시선이 지니는 또 하나의 특징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혼자 무엇을 보았음에서 오는 짜릿함이나 쾌감을 느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보듯이 그만큼 나는 의존적이었는지도
혹은 나를 키운 환경들이 나에게 그런 시선의 권력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선이 권력을 지니는만큼 외로운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니 의식의 탄생을 추측하는 설 중에
자연이 자신을 보아줄 시선이 필요했기 때문에.라는 이야기도 생겨날 수 있는 것이겠지.
홀로 무언가를 보고 그 경이로움을 오롯이 자신에게 담아두는 일.
나에게도 그런 게 가능할까.
문득 궁금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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