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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깔
내 바로 옆에 또다른 세계가 놓여져 있는 걸 느낀다. 늘 내 옆에 있어왔으나 그 무언가에 대한 집착과 다른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내게 속한 또다른 세계. 나는 그 세계에 손내밀 수 있을까. 아니,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을까.
쓸모에 연연한다고 했다. 나의 경우, 근본적으로 나는 쓸모없는 자. 라는 깊은 자각이 있음을 알아냈다. 들키고 싶지 않을 뿐, 그래 나는 쓸모없는 자다. 쓸모 없음의 기분을 상대로부터 확인하는 건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아니 쾌불쾌의 문제를 넘어서 자존을 갉아먹는 일이다. 결국 이를 사전에 막아내기 위해선 매순간 쓸모있는 자가 되거나 쓸모없는 스스로를 수용하거나.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가능할텐데. 전자는 불가능하니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그렇다고 쓸모에 연연하지 않을 필요도 없고 그저 쓸모없음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게 예술이라는 걸로 위안받아볼까 한다. 쓸모없음의 아름다움은 인간을 참 인간스럽게 하지. 하고 말이다.
나에게 세상은 한번도 열린 공간인 적이 없다. 세계란 모름지기 나와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완벽한 곳. 그러하기에 나는 함부로 움직여 그 세계를 깨버려선 안된다. 세계에 균열은 적어도 나로 인해 생겨서는 안되는 일이다. 이 닫힌 세계, 나를 완벽히 차단한 채로 세계를 스스로 올곳이 존재하게 하는 이 껍질. 헤세가 데미안에서 얘기한 새의 알이 이것이겠구나 생각한다. 아프락사스는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나는 그저 이 닫힌 세계 안에 웅크려 앉아 자유롭고 싶어. 라고 입으로만 읊조리며 생을 마감할 것이다. 그것이 비겁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